Taxman
10년만에 돌아온 택스맨은 대뜸 빚에 대해 얘기했다. 사람은 남은 빚을 기억해야 한다고. 대체 누가 누구에게 빚을 졌다는 것인지. 마티의 입가에 경직된 주름이 잡혔다. '빌어먹을, 적어도 네겐 아니라고.' 오히려 이쪽에서 무엇이든 받아내도 시원찮을 판국에— 마티는 미련하기까지한 옹졸함이 지금까지도 자신에게 남아있었던가 생각했다.
러스트는 언제나 그랬듯 마티의 생각따위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로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빚을 마티의 몫으로 저울에 올렸다. 마티는 순간 상념에 빠졌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을 세월이 지났다. 그 이후로도 여러 굴곡을 거치며 어느 정도는 삶 앞에서 초연해질 수 있겠다고, 옛 직장에서 캠코더를 앞에 두고 기억을 더듬으며 이제서야 과거를 한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건만 백미러에 비친 깡마른 전 파트너의 모습이 곧이어 차창으로 다가온 순간 확신은 사라졌다. 강제로 시간이 되돌려지고 그때 그 순간으로 끌려온 듯 했다. 맞은편에 앉은 상대방은 여전히 사람이 불편해하든 말든 하고싶은 말—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10년의 세월만큼 변한 모습으로 마주앉았지만 변함없는 러스트의 태도를 보며 마티는 분하게도 자신은 러스트에게 이긴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곱씹어보면 러스트는 언제나 자신에게 빚을 남겨두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흙먼지가 자욱한 도로를 달리는 차 내부엔 어색한 침묵이 가득했지만 라디오나 음악을 틀 기분은 나지 않았다. 이게 우리의 관계를 정의하는 형태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러스트를 흘끗 바라본 마티는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며 "그때 말이야", 하고 불쑥 말을 꺼냈다.
"봐주면서 싸울 정도로 내가 만만했나?"
마티는 과거에 물어볼 수 없었던 질문의 답을 요구했다.
"진심으로 싸운다면 아마 자넬 죽였어야 했을걸."
그래, 내 목숨도 장부에 달아놓으시겠다? 물론, 이 꼬장꼬장한 세리는 망할놈의 장부가 타들어갈만큼 뜨거운 지옥의 밑바닥까지 채무를 징수하러 쫓아올 것임을 마티는 알고 있었다. 목이 탔고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True Detec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