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
북 대유국과의 분쟁이 일단락되고 돌아온 이들 중 임수는 없었다.
임수를 떠나보내기로 했던 밤, 다시 돌아와 자신과 이 나라를 지켜봐달라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각오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실로 닥친 후에야 그 각오는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다시는 어떤 기적으로도 수야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만이 남았다.
그날 밤 위패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 차마 처소로 돌아가지 못해 대전에 홀로 남아있던 경염에게 몽지가 찾아왔다. 그가 건넨 것은 임수의 편지였다. 점점 차가워지는 손을 움직여 겨우 건네받았지만 차마 펼쳐볼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름을 써내려간 글씨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침묵을 힘들어하는 몽지가 더듬더듬 입을 열려고 한 순간 경염이 임수의 마지막은 어떠했는지를 물어보았다. 몽지는 임수가 평소와 같이 조용한 얼굴로 잠든 채 일어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린신이 함께 있었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경염은 늦은 시간임을 알면서도 어머니에게 찾아갔고 실로 오랜만에 쓰러져 목 놓아 울었다. 울음소리를 죽이려는 노력조차 할 수 없었다. 어머니의 손이 조용히 등을 어루만져 주었는데 그 손도 떨리고 있음을 나중에 알았다.
이후로도 오랫동안 그는 편지를 뜯어보지 못했다.
#Nirvana in F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