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eorim

Stutter

붙잡아 줄 손을 기대하면서도 내칠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척 자신도 알고있었고 허크도 충분할 정도로 이해했지만, 문득문득 그들은 언성을 높이곤 했다. 물론 싸움은 항상 짧았다. 아비의 진심어린 호소와 그러나 서툴고 짧아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말들, 그 순간만 되면 문을 쾅 하고 닫는 아들, 침묵, 또 다른 침묵, 그 단절이 그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결말이었다.

근본적인 틈을 메우려는 노력 대신 다른 습관이 그 자리를 꿰어찼는데, 그것으로도 벌어진 관계의 틈은 어찌할 수 없었다.


척이 허크를 바라보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허크 또한 자신이 만든 굴레 너머로 척 자체를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기에는 많은 것들이 부족했다. 그들이 함께할 수 있었던 짧은 시간들과 마찬가지로.


허크는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워 클락 아래에 설 때면 먼저 떠나간 이들을 생각하고, 아들을 생각했다. 자신과 아들이 어떤 것을 나누었던가 하나 둘 세어보는데, 그것을 과연 나누었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이르면 자조섞인 웃음 외에는 지을 수 없었다.

그것들과 함께 다하지 못한 말들을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척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했지만 과연 그럴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연 그 말을 다 들려줄 수 있을까? 그러나 워 클락은 멈췄고 그들이 가질 수 있었을 시간도 함께 멈추었다. 허크는 문을 나섰다.


#Pacific Rim